○​ 전시기간: 2023. 12 . 23. ~ 2024. 2. 25. (매주 월, 신정, 설 당일 휴관/ 10:00~17:00)

○​ 장소: 드영미술관 제 1전시실

○​ 참여작가: 김민재, 이진상​

​○​ 문의: 062-223-6515 

기획글

​세상에는 다양한 요소들이 얽혀 무수히 많은 현상이 존재한다. 뉴턴의 법칙, 불완전성의 원리 등 과거로부터 전해져 오는 이과(理科)적 이론들도 여기서 말하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인류는 타인과의 끊임없는 관계형성과 상호작용을 통해 살아가는 사회적 동물인 것처럼, 여기서 발생하는 ‘정서적 공생관계’나 ‘편견’, 이미 정해져 있던 것 같은 현상과 나와의 관계 즉, ‘운명’도 하나의 현상으로 분류될 수 있다.

이러한 현상들은 삶에도 밀접하고 지속적인 자극을 주게 되는데, 우리는 어떠한 현상을 직면했을 때 현상의 본질을 이해하고자 다양한 고찰을 하게 된다. 주변인과의 소통을 통해 다양한 관점을 듣고 이해하려 노력하거나, 자기 자신과 깊은 대화를 통해 자아 성찰의 계기를 가진다. 예술가들은 여기서 더 나아가 마주한 현상과 자신의 감정을 연결하여 작품에 담아내기도 하고, 현상을 맞닥뜨린 찰나의 순간, 창의성이 발현되어 자신만의 시각언어를 구성하기도 한다.

이번 전시는 세상 속 다양한 현상과 이치에 주목하는 김민재, 이진상 작가가 자신의 방식으로 관찰하고 탐색한 현상을 형상화하는 방법과 그 내용에 대해 선보이는 전시이다.

김민재는 세상에 존재하는 현상을 자연풍경과 푸른색으로 빗대어 이를 자신만의 시각적 소통체계로 형상화한다. 김민재가 현재로서 표현하고자 하는 현상은 ‘우연’과 ‘운명’ 그리고 ‘편견’이다. 작가는 화면 안에서 자유로운 붓 터치로 자연물을 그려내는 작업 과정에서 영감을 얻었으며, 작품에 인간이 살아가는 삶의 형태와 이를 통해 드러나는 현상을 대입하였다. 작품에서는 계획되지 않은 수많은 붓 터치가 모여 나무 한 그루를 만들고, 이 나무들이 자연의 한 풍경을 이루어 낸다. 이처럼 크고 작은 선택의 기로에 놓인 우리는 당장 결과를 알 순 없지만 자신이 내린 결단을 통해 현재에 다다른 것이며 이는 결국 인간의 운명임을 시사하고자 한다.

작가는 이러한 자연 시리즈에 ‘파란인간’ 시리즈를 연결된 예술관으로 시각화하여 또 다른 현상을 탐색하였다, 시리즈에서 등장하는 인물은 모두 푸른색이며 평등을 의미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었다. 인물을 푸른색으로 표현함으로써 인류가 가진 생김새의 다양함 속 뒤따르는 편견과 책임을 지우고 동등한 인간과 인간의 대면을 나타내는 듯하다. 따라서 본 작품에서 작가는 사회적으로 불편한 현상을 작품 속에서 마주하는 과정을 통해 기울어진 시선을 지적하고, 동등한 사회로 함께 나아가기 위한 메시지를 던진다.

이진상은 자신과 가장 가까운 반려동물을 주제로 시작된 작업이 발전하여, 현재는 인간과 동물의 정서적 공생관계에 대한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예부터 현재까지도 인류와 동물은 지속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어오고 있지만, 그 형태는 점차 변화하고 있다. 과거, 동물은 그저 인간의 의식주를 채워주는 재산의 형태였다면, 현시대로 넘어와서는 인간과 상호작용을 통해 정서적인 교감을 하는 등 가축보다는 가족처럼 함께 생활하는 형태가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인간이 사회적인 관계 속에서 같은 인간으로부터 받는 피로감과 권태로움 대신, 의사소통이 없어도 교감을 통해 대가 없는 사랑을 주고받는 반려동물과의 관계가 오히려 심리적으로 안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진상은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일상 속에서 다양한 감정을 함께 공유하거나 위로받고, 극복하는 현상들이 이번 작업의 계기가 되었다. 작품에서는 현시대에서 그들의 존재감을 강하게 강조하는 듯, 반려동물을 의인화하여 증명사진처럼 표현하고 기하학적인 패턴을 구성하여 한 마리의 동물에 대한 고유성을 부여한다. 이진상의 삶의 전부를 표현하는 형상작업을 감상하며 나의 희노애락(喜怒哀樂)을 함께하는 존재는 무엇인지, 나의 안정은 어디에서 얻는지 고민해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이처럼 예술가마다 동일한 현상을 마주하더라도 개개인마다 내재된 성향과 특성에 따라 형상은 다양한 형태로 표현된다. 이처럼 오늘날의 현상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이해하는 과정은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하는 능력이 강화되거나, 미래의 동향을 파악, 상호 간의 이해를 통해 편견이 줄어드는 등 다양한 긍정적 효과를 불러일으키곤 한다.

이번 전시에서 두 작가는 다가오는 2024년 ‘갑진년(甲辰年)’을 맞이하여 청룡과 푸른색을 자신의 작업에 투영하기 위해 ‘인간이 해당년도를 의미하는 색깔과 동물 모양의 사물을 신체와 가까이 지니며 한 해를 잘 보낼 수 있도록 기원하는 현상’에 대한 특별한 접근을 시도하였다. 작가들이 각기 다른 감정으로 형상한 이번 신작을 통해 작가들이 현상에 대해 접근하는 방식과 그 내용을 마주하고 자신을 둘러싼 세상의 현상의 다양성을 느끼며 사유하는 시간을 가져보길 바란다.

드영미술관 학예연구원 조서휘